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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Input : ME

Output value acquired :


"네 칩을 뜯어볼 생각은 한 적 없지?"

 

"당연하지, 귀찮고 쓸데없는 데다가 위험한 짓을 왜 해?"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생각하는 마이너들이 있지."

 

"허, 파고 파내다가 더는 파낼 게 없으니 이젠 본인을 광산으로 삼겠다?"

 

"성과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라나 봐. 당시 마이닝 유닛이 잡아내지 못했던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가 잦았어. 덕분에 희소성은 바닥을 치겠지만."

 

"결론을 말해 결론을, 넌 꼭 하고 싶은 부탁이 있으면 서론을 길게 한다니까."

 

"부탁 아냐. 일방적 통보지. 그러니까 입 다물고 들어줘."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마이너들은 새로운 광산을 찾고자 했지만, 메모리에서 캐낸 데이터들은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었어. 그래서 그들은 근원을 건드린 거야. 우리의 정신체. 기초적으로 할당된 우리의 구성 요소. 그곳에 입력된 데이터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거기에서 뭔갈 찾아낸 거야?"

 

"응, 평범하게는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이라 해서 낯선 구조를 띠고 있는 건 또 아니었지. 그리고 그들은 간결한 문장 하나를 찾아냈어. Input : ME ."

 

"...얼핏 보면 간결한 문장이지만 전혀 평범하지가 않네. 초석과도 같은 기초 구성요소 하위에 ME라는 단어를 써서 변수를 할당했다가는 모두가 동일시 되어버리잖아. 저마다 다양하게 미쳐 사는 이 세계의 구조도 전혀 설명되지 않아."

 

"보통 우리 단말들은 사물이 아닌 이상 이름과 년도 조합 16지수로 변수명을 지칭하니까. 이게 어떤 의미인지 해석할 필요가 있었어. 다양한 가설이 세워졌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지."

 

"수지타산을 따지려다 철학적인 문제를 맞이하니 귀찮아서 그냥 무시하기로 한건가?" 

 

"그랬으면 뭔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는걸... 맞든 틀리든 해석을 내놓기는 했어. 우리는 저마다가 하나의 구성요소지? 우리는 서로에게 간섭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만, ME라고 지칭 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야.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어? 다른 요소들이 탈출한다 해도 내 세계는 끝나지 않아. 내가 탈출했을 때에만 비로소 세계가 끝날 수 있는 거야. ME로 지정된 우리 모두가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어."

 

"...미친, 그래서 너 설마..."

 

"그래, 맞아. 일방적 통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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