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그새 아침이 왔나 봅니다.
맞춰둔 알람이 울리지 않았나, 고민하며 커튼을 젖혀보는데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것은 어딘가 낯선 아침의 풍경이었습니다.
집 밖으로 뛰쳐나온 당신의 등 위에 무언가 적십니다.
…이럴 수가. 다름 아닌 눈이네요.
아직도 타인의 꿈 속에 들어와 있는걸까요?
KP: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에 어이가 없어 멍하니 있는데 거리의 크리쳐들은 이 날씨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우산을 쓰고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4월 말의 화창한 봄날이었는걸요.
그러니까 그 좋은 날에 당신이 뭘 했냐면…
이런, 머리가 새하얗습니다. 꿈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현실감이 사라지는 이 상황에 혼란스러움만 쌓입니다.
어쨌거나 이 시기에 눈이 내린다니요. 하룻밤 만에 온 세상에 영원한 겨울이 도래하기라도 했나요?
어쩐지 지독한 위화감이 듭니다.
불현듯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당신만큼이나 당황했을 리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에게 전화라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신은 리리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한참 수신음이 갔지만 리리가 전화를 받지 않는군요.
리리가 아무리 잠이 많다 해도 이 시간이면 진작 일어나고도 남았을 텐데.
KP:일단 들어가서, 대체 이 날씨가 무슨 상황인 건지부터 파악한 다음 그에게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합니다.
거실로 돌아오면 [TV]와 [노트북], [책장] 부터가 눈에 띕니다.
자유 행동이 가능합니다.
KP:당신은 TV를 켜서 바로 뉴스 채널로 돌렸습니다.
마침 기상캐스터가 낭랑한 목소리로 오늘의 날씨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레녹스는 듣기 롤 굴려주세요.
“■■기예보■니다. ■늘■ 전국■■예정……”
TV가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어째 화면도 흐릿하고 소리도 지직거리며 깔끔하지 않게 들립니다.
조만간 수리점에라도 들러야 할 것 같습니다.
KP: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으로 뭐라도 검색해보면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노트북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배경화면이었습니다.
리리와 당신이 함께 찍힌 익숙한 사진이군요.
레녹스는 자료조사 롤 굴려주세요.
KP:인터넷 검색창을 클릭하자마자 보이는 건 ‘404 not found’라는 글씨뿐입니다.
몇 번이나 새로고침을 눌러봐도 그대로인 걸 보아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일까요?
KP:책장을 살펴보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위아래가 뒤집힌 채로 꽂혀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띕니다.
대충 훑어보니 세계 민담집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런 책이 책장에 있었던가요?
아니, 어쩌면 무더기로 산 헌 책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책의 두께가 두껍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 핸드아웃 [책] 이 추가되었습니다.
KP:- 핸드아웃 확인이 끝나시면 아무 롤플 한줄 혹은 온점 하나 찍어주세요.
KP:레녹스는 자신이 환상이나 여전히 타인의 꿈에 들어와 있는것이 아닌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집안 가구의 배치며 바닥 카페트의 구겨짐까지. 창 밖 풍경을 제외하면 다른 위화감은 느껴지질 않는군요.
분명 환각이나 환상을 보고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KP:책을 다시 책장의 빈칸을 채워 넣었습니다. 이것저것 찾아보긴 했는데 어째 알아낸 사실이 별 것 없는 것 같네요.
일단 당신은 도통 전화를 받지 않는 리리에게 찾아가겠다는 문자 한 통을 남기고 찾아갈 채비를 합니다.
무턱대고 방문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문자를 보내자마자, 당신의 핸드폰이 진동음을 냅니다.
[오지 마세요.]
[연락도 하지 말아주세요.]
오지 말라니, 연락도 말라니…
그동안의 리리와는 거리가 매우 먼 서늘하고 매정하기 짝이 없는 말입니다.
평소의 리리라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을 텐데, 이런 차갑디 차가운 반응에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 자유 행동이 가능하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겠다면 아이디어 롤 굴려주세요.
레녹스:일단 리리에게 문자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KP:리리에게 무슨일이 있는건지 물어보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는 답장이 없습니다.
아마 전원을 꺼버린걸까요.
레녹스:전화를 걸어서 핸드폰이 꺼져있는지 확인해볼게요.
KP:전화를 걸어봤지만 곧바로 핸드폰의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KP:계속되는 연락 두절에 평소와 다른 태도.
분명 몸 상태가 나쁘다던가, 어쨌든 무슨 일이 생긴 걸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상황에서도 리리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하루아침에 달라진 날씨에 불안해서라도 당신은 리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 아닌가요?
당신은 마저 외출 준비를 하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
KP:봄날에 우산을 쓰고 비도 아닌 함박눈을 맞으며 거리를 걷는 기분이 묘합니다.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은 없지만, 어쨌든 여느 동요처럼 우산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 가운데 문득 길 한쪽의 작은 가게가 눈에 들어옵니다.
창 너머를 슬쩍 봤더니 잡다한 선물을 취급하는 곳 같네요.
리리의 기분이라도 풀어줄 겸 좋아할 만한 물건이 있는지 한번 구경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
- 가게 안으로 들어서나요? 아니면 그대로 리리의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나요.
그리고 먼저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해볼 수 있나요?
KP: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해보려면 자료조사 롤 굴려주세요.
KP:핸드폰을 들어서 잠금화면에 떠오르는 날짜를 보니, 4월 28일이네요.
확실한것은, 오늘은 당신이 아는대로 정확한 날짜입니다. 정상적이지 않은것은 당신의 머리 위로 내리는 눈송이와, 그것에 익숙한듯한 주변 크리쳐들의 모습입니다.
현실일리가 없다고 생각해 추가로 인터넷 앱을 켜 노트북으로 살펴보지 못했던 정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눈사람이 그려진 날씨 칸을 제외하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간지 사이트를 찾아보던 중, ‘어떤 노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헤드라인이 우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XX할아버지는 일평생을 함께 해온 OO할머니를 끝내 알아보지 못하고… (중략) …치매와 기억상실은 다른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해리성 기억상실은 외상 또는 스트레스에 의해 중요한 개인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을 잃는 질환입니다.”
...의학 개념을 다루는 일간지였나 봅니다. 상황 파악에는 영 도움이 되질 않았군요.
KP:핸드폰을 집어넣고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좁은 가판대를 슥 둘러보자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시선을 잡아끕니다.
머리장식이나 귀걸이부터 탁상용 인테리어 제품까지 제법 종류가 많아 보이는군요.
그 가운데 작고 새하얀 소녀 조각상에 유달리 시선이 갑니다.
그때 가게 주인이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아이고, 그건 안 돼 아가씨! 눈 아가씨 조각상인데, 아까 어떤 다른 아가씨가 사러 올 테니까 팔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갔거든.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런 게 인기가 좋나봐?”
KP:... 가게 주인의 만류 탓에 그 조각상을 더 건드리진 못하고, 그 이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없습니다.
그러다 넉살 좋은 주인은 당신을 다급하게 붙잡습니다.
“그러지 말고, 저거 대신 꽃이라도 사가지 않겠수? 맨날천날 눈이 와가지고 활짝 핀 꽃 구하기 드물 텐데. 응?”
그러고 보니 한쪽 구석에 화사한 봄꽃들이 엮인 꽃다발 몇 개가 있네요. 당신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습니다.
그러니까, 리리가 좋아하는 꽃은…
…당신은 순간 허공을 그러쥐었습니다.
KP:뭔가가 이상합니다. 당연히, 당연히 알고 있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리리가 좋아하던 꽃이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가 어떤 꽃다발을 안고 웃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드문드문 끊기는 느낌입니다.
레녹스는 산치체크 한 번 해주세요.
리리의 기분이 풀리거든, 다시 물어보면 될 일 아니겠어요.
...
KP:당신은 주인의 추천을 받아 겨우 노란색 금잔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작은 가게를 빠져나왔습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여겨지는 일이 많이 생기는 기분이 듭니다.
리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는데, 꼭 그 생각이 착각이었던 마냥…
점점 쌓여가는 의구심을 품에 안은 채 당신은 리리의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어 한 번 더 누르려는 순간이었습니다.
KP:문 너머로 들려 조금 작긴 했으나, 두말할 것도 없이 리리의 목소리입니다.
아주 서늘하고, 감정이라곤 하나도 담겨있지 않는 듯 차가워서 낯선 축객령이었지만요.
자유 롤플이 가능합니다.
괜찮아?
리리:별 일 없어요. 이렇게 찾아오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레녹스: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리리, 너 평소랑 다르잖아.
리리:...그냥 돌아가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평소랑 조금 다를 수도 있는거잖아요.
레녹스:갑자기 그러니까 걱정돼서 그래. 지금은 이야기하기 힘들어?
(시간을 두고 나중에 다시 찾아올 수 있나요?)
KP:지금 돌아간다면 내일에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오늘 다시 찾아오는것은 시간상 불가능합니다.
(우선 돌아갑니다.)
KP:둘을 사이에 둔 얼어붙은 문 만큼이나 차가운 대화. 결국 작별인사와 함께 돌아가려는 찰나, 두꺼운 철문 너머로 조그맣게 웅얼거리는 리리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레녹스는 듣기 롤 굴려주세요.
리리:네, 제발 그만 돌아가줘요 레녹스씨. 지금은 레녹스씨를... 보고 싶지 않아요. 그냥 그뿐이에요.
KP:...그것은 꼭 심장에 얼음이라도 박히게 하려는 듯 날이 선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겨우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라는 리리의 목소리 끝에 아주 가느다란 망설임, 내지는 울음기가 서려 있다는 것을요.
무슨 상황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리리의 기분이 많이 안 좋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이만 돌아가 내일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고 믿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생각을 곱씹었더니 어떤 식으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머릿속이 어지럽혀지는 기분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이토록 눈발이 거센 밤길을 걷고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그리 춥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레녹스는 산치체크 한 번 해주세요.
그냥 바깥에 오래 있다보니, 추위에 금새 익숙해진 탓이겠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익숙한 보도블럭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는 자신이 보이네요.
문득 염력으로 들고있던 우산을 젖히고 고개를 들자 노란 불빛을 비추는 곧은 가로등 하나가 시야를 메웁니다.
아, 그래요. 이 가로등은… 집이 반대 방향인 리리와 당신이 서로를 데려다주려고 하다가 찾아낸 중간지점이었죠.
옥신각신하던 끝에 결국 집과 집 사이 거리를 반으로 나누면 딱 이쯤이라는 계산값이 나온다고 설득하던 리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KP:익숙한 길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신의 발걸음이 이곳에 멈춘 것이었습니다.
이 가로등 아래에서 노란 불빛을 받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이던 리리의 얼굴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요.
기분 탓인지 가로등조차 조금 외로워 보입니다.
결국 이렇게 문전박대를 해버릴 거였으면 그때 그렇게 예쁘게 웃어주지나 말지.
…불현듯 뒤에서 알 수 없는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뒤를 돌아보자 어떤 실루엣이 당신을 주시하다가 급하게 몸을 돌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KP:눈발이 거센 탓에 누군지는 알아볼 수 없지만 어째 허둥지둥 도망가는 것이 굉장히 수상해 보이는걸요.
- 실루엣을 추적한다면 민첩롤을 굴려주세요.
- 또는 추적롤의 사용도 가능합니다.
KP:당신은 그 실루엣의 뒤를 밟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근방의 가로등이 적은 탓에 그 수상한 실루엣을 끝까지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을 끝없이 쑤셔대는 한 가지 생각.
잔뜩 눈 쌓인 길 위에 남았던 보폭이나 뒤쫓는 과정에서 본 들썩이던 등은 꼭 누군가의 것을 닮지 않았던가요?
예를 들면 리리라던가…
...하긴, 그는 지금쯤 집 문을 꽉 잠근 채 방에 틀어박혀 있을 테니 당신의 착각이겠지만요.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침대 위에 엎드려 잠시 휴식을 취하려 해보았습니다.
“……십…까? …”
“……다…, …아…… …금만, …”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겹쳐져 귓가에 울립니다.
아, 하지만 금세 기억이 희미해져요.
시야가 어두워지고 눈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꿈 안에서 자신은 평소와 달리 무능하기만 합니다.
...곧, 다시금 시야가 흐려집니다.
...
마치... 꿈이라도 꾼 것 처럼?
지금이 몇 시인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한참을 엎드려있다가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들자, 놀랍게도 지금은 이미 점심시간을 훨씬 넘겨버린 시간입니다.
이 정도로 늦게까지 마치 기절이라도 한 것 처럼 쉰 적이 있었나요?
오후까지 느지막히 쉬다니, 몸은 편할지 몰라도 곤란합니다. 그야 오늘의 당신은 리리를 다시 만나러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리리가 누구였죠?
분명 익숙한 이름인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리리는…
혼란스러움에 휩싸여 이마를 짚었습니다.
KP:잊어버린 기억이 어딘가에 흩어져 있진 않을까요.
차분하게 방안을 둘러봅니다. 당장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
- 책상을 살펴본다면 관찰 롤 굴려주세요.
KP:노란색 꽃이 당신의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아, 이건 금잔화입니다.
어제 길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리리를 위해 샀던 금잔화 꽃다발이요.
하지만 그에게 전해주지 못해서 다시 가지고 온 다음 책상 위에 두었었죠.
텅 비어 있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듯 당신은 어제 있었던 일과 리리에 대한 것을 천천히 떠올립니다.
당신은 오늘 이 꽃다발을 들고 다시 리리를 찾아갈 계획이었습니다.
KP:하지만… 아무리 그가 어제 냉담했다고 해도,
아무리 당신이 오랫동안 기절하듯 쉬었다 해도
어떻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잊어버릴 수가 있나요?
레녹스는 산치체크 해주세요.
이성 감소 없습니다.
KP:일어나면 곧바로 리리에게 다시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자칫하면 그를 기억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큰 의심들만이 밀려옵니다.
조금 마음을 추스른 후 그를 찾아가야겠어요.
그냥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TV를 보며 진정하는 것도 괜찮겠죠.
TV를 틀어보니 한 채널에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중이었습니다.
눈사람 인형탈을 쓴 나레이터가 읽어주는 동화책은 ‘눈의 여왕’이네요.
당신은 동화책의 내용을 가만히 듣습니다.
KP:“…눈의 여왕의 입맞춤을 받은 카이는 첫 번째로 추위를 잊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사랑하는 가족과 겔다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마음에 얼음이 박혀 겔다를 무시하는 카이가 꼭 어제의 리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예전에 읽은 적이 있었는지, 이 동화의 결말이 어땠는지 떠오를 듯 말 듯 합니다.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가던 장면에서 겔다가 불쌍하다며 우는 방청객 역인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합니다.
...겨울에는 해가 금방 지기 마련입니다.
찌뿌둥한 몸을 쭉 뻗다가 벌써 노을이 물들려는 바깥풍경을 본 당신은 슬슬 리리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가는 길에 다시 리리에게 연락을 해보았으나 결과는 어제와 같았습니다.
상황도 모르고 로맨틱하게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을 공연히 째릿하게 됩니다.
이대로 직진을 하면 리리의 집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이 상태로 리리를 마주해봤자 달라지는게 있을까 걱정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공원이 나오지 않던가요? 눈에 익은 길인 걸 보니 역시 맞는 듯합니다.
언젠가 리리를 집에 데려다주던 날에 헤어지기 싫어 찾았던 곳이었죠.
KP:그 이후 둘이서 곧잘 이곳에서 벤치에 앉아 얘기하기도 했었고요.
그리운 추억을 더듬듯, 혹은 당장 눈앞에 놓인 묵직한 생각들에게서 도피하듯 당신은 자연스럽게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KP:눈이 내리는 날은 유독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게다가 이 공원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리리와 마음 놓고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잖아요.
비록 지금은 혼자이지만요.
당신은 천천히 아무도 없는 공원을 흐린 눈으로 둘러봅니다.
…어? 잠깐만요.
아무도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KP:눈이 내려서, 그리고 뒷모습뿐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눈을 맞으며 혼자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 레녹스는 관찰 롤 굴려주세요.
KP:당신은 그 누군가의 뒷모습에 조금 갸웃합니다.
어쩐지 슬퍼 보이는 뒷모습에 방해해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긴, 당신과 리리가 이 공원의 주인도 아닌데 누구나 이곳을 방문하고 사용할 권리는 있겠죠.
당신이 발걸음을 돌리려는 그 순간, 그 누군가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봅니다.
KP:이틀 만에 마주하는 리리의 얼굴이 반갑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당신을 바라보던 리리가 이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뒤돌아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젯밤 가로등에서 마주친 실루엣이 생각납니다.
느껴지는 기시감,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그만 좀 도망가라고. 답답한 감정을 씹어 삼키며 당신도 4월의 눈보라를 뚫고 그 뒤를 따라갑니다.
- 레녹스는 민첩 롤 굴려주세요.
KP:놀이터를 빠져나와 거리를 낮게 날아 어디까지 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당신은 겨우 리리를 붙잡았습니다.
그도 이미 한계에 다다른 건지 더는 그 손길을 피하지 않습니다.
곧 리리가 거센 숨을 고르며 당신의 손을 맞잡고 간절하다는 듯 말합니다.
리리:돌아가요. 돌아서... 가요. …데려다줄게요.
리리:...그냥, 레녹스씨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요.
리리:그냥 기분이 좀 많이 안좋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슬프기도 했고. ...지금도 별로 좋지 않아요. 그러니깐 레녹스씨를 데려다주는 건 오늘만이에요.
레녹스:무슨 일인지 이야기해줄 수 없어? 도와줄게.
아니면 정말로 그냥 시간이 필요한 거야?
리리:(당신의 말에 순간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금방 슬픈 눈매가 얹혀지더니, 결국 차갑게 굳어버리고는 고개를 젓습니다.)
도와줄 필요 없어요. 제가... 언제까지고 레녹스씨한테만 의존을 할 순 없잖아요.
레녹스:리리, 난 네가 힘들 때 혼자 두고 싶지 않아.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와달라고 하면 기쁘게 도와줄 거야.
도와줄 수 없는 일이더라도 이야기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잖아.
리리:(입 한쪽을 잘근 씹듯 다물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라서 그래요. 방금 레녹스씨 말대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깐 그렇게 알아주세요. 제발요.
일단 돌아가자, 리리.
리리:(고개를 끄덕이곤 레녹스의 집까지 배웅합니다.)
KP:조용한 침묵과 함께 걷다보니 금세 당신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기 전, 무어라 더 말을 남기고 싶었으나 리리는 아까 조금 풀어졌던 모습은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고개를 홱 돌려버립니다.
얼굴을 한 번만 더 보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리리의 어깨를 잡고 부드럽게 돌리자…
리리는 울고 있었습니다.
대답해줄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죄송하다고 흐느낍니다.
그리고는 대신 내일 그의 집에 오면 문을 열어주겠다고요.
그러니까 내일 만나요. 내일, 꼭. 그 말을 하는 리리의 눈물로 흐려진 얼굴은 어딘가 알 수 없는 결심이 흐릅니다.
그 모습에 당신은 하려던 말을 더 건네지도 못한 채 뒤돌아 걷는 리리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KP:집에 돌아와서도 울음을 꾹 참으며 돌아가던 리리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습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말대로 자신에게 의존하는것을 더이상 원하지 않게 된 걸까요?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여버린 듯 명치 부근이 아파옵니다.
아, 아파요. 너무 아픕니다.
아까 리리를 뒤쫓아가기 위해 날아서인가요? 그저 잡생각인지 감정인지 모를것이 눈보라처럼 휘몰아쳐서인가요?
이 모든 이유 때문이라기엔 비정상적일 정도로 이는 통증입니다.
KP: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통증탓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레녹스는 산치체크 해주세요.
한참 몸을 웅크리고 있자 통증은 점차 멎었습니다.
KP:당장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피로하고 무력해 그에 대해 신경 쓸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쓰러지듯 또다시 기절같은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에 손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리리에게 오늘 건네주려 했던 금잔화 꽃다발입니다.
챙기는 걸 깜박하고 침대 위에 두고 나갔던 모양입니다.
여전히 생기 가득한 모습이긴 하지만, 오늘도 물을 주지 않으면 정말 말라 비틀어질지도 모르겠군요.
내일은 리리의 집에 가서 이 꽃다발을 꼭 건네줄 거잖아요.
KP:당신은 꽃다발이 담긴 병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메모지와 펜을 보니까 문득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불현듯 내일 아침에도 리리를 잊어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어쩌나 걱정이 밀려듭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는데, 간단하게라도 메모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 레녹스는 메모를 남겨두나요?
(그리고 날짜를 다시 확인해볼 수 있나요?)
KP:가능합니다. 이번에는 별다른 판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날짜를 살펴보니, 오늘은 4월 29일입니다.
어제가 28일이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비상책으로 메모를 남겨두자 아까보다는 걱정거리가 줄어 기분이 조금 가벼워진듯한 느낌이 듭니다.
당신은 메모장을 손에 쥐고 무의식 속으로 빠져들듯 깊은 휴식에 잠깁니다.
...
KP:…얼굴이 지워진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어려운 단어들이 귀를 어지럽힙니다.
순간 코를 잠식하는 서늘하고 알싸한, 이건… 알코올 냄새인가요?
상황을 전부 파악하기도 전에 시야가 전환됩니다.
이번에는 꽃바람이 휘날리는 봄날의 풍경이군요.
창밖으로 보이는 걸 보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실내인 것 같습니다.
KP:끊어진 필름처럼 띄엄띄엄 이어지는 전경 속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립니다.
유감스럽게도, 라고 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은 기분이 듭니다.
“…만은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그러나 미처 깨닫기도 전에 당신은 어젯밤에 느꼈던 것과 같은 통증을 감지합니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다 눈을 번쩍 뜨자 익숙한 방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군요.
KP:그래요, 이정도면 이젠 자신 스스로도 꿈을 꿀 수 있게 된 건지 의심해야겠네요.
...
KP: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당신의 얼굴을 이내 붉은 하늘이 덮어버립니다.
정신을 차리자 이미 해가 져가는 시간입니다.
시간 감각이 흐려지는 기분이군요.
실은, 시간 감각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말이에요.
마음이 기이할 정도로 잔잔한 수면 같은 상태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누구와 함께 있었죠?
오늘은 며칠인가요?
창밖에는 왜, 눈이 내리고 있습니까?
...때마침 당신의 핸드폰으로 누군가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수신인은 당신의 이름, 발신인에는 리리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네요.
어쩐지 익숙한 이름입니다.
[옷 단단히 입고 와주세요.]
KP:당신은 퍼뜩 손에 쥔 메모지를 보았습니다.
어제 했던 일과 리리와 함께한 기억이 고스란히 적혀져 있는 문장을 읽어봅니다.
이제 기억이 좀 드나요?
리리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으로 가기로 했었죠.
……그런데 왜일까요.
한때 당신이 가장 애정했던 사람이었는데.
그에 대해 생각해도 이토록 마음이 무덤덤한 이유는.
레녹스는, 어떻게 할까요. 메모지의 내용에 따라 리리의 집에 찾아가나요? 아니면 잃은 기억을 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겨 제 집에 남아있나요?
KP:...노을이 지고 밤이 완연히 드리운 하늘이 보입니다.
당신은 일단 외투를 걸친 뒤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눈발이, 아까부터 거세지고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추위는 잘 느껴지지 않는군요.
하지만 머릿속이 아득해질 만큼 혼란스럽습니다.
리리를 만난다면 이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KP:리리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다음 당신을 집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KP:당신은 리리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았지만 별다른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차갑디 차가운 표정 빼고는요.
왠지 조금 흐린 얼굴을 하던 리리가 금세 표정을 일갈하고 당신에게 말합니다.
KP: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부엌으로 향하네요.
마치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처럼.
잠시 가만히 서 있던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리리의 이름이 적힌 문패가 걸려 있는 방이 보입니다.
방문이 열려 있는 걸 닫으려는 목적으로 가까이 다가갔으나 내심 방 안쪽에 슬쩍 호기심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부엌에서는 차분히 물을 끓이는 주전자 소리가 들립니다.
그가 차를 끓여올 동안만, 그의 방을 살짝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KP:당신은 조심스럽게 문의 열린 틈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건… 거의 아무것도 배치되지 않은 휑한 방입니다.
방 벽에 쌓여 있는 커다란 박스 여러 개와 이불도 없는 침대, 그리고 노트 한 권만이 있는 책상.
당신은 없는 기억을 쥐어 짜내서 예전에 방문했던 리리의 방을 떠올려봅니다.
정말이지, 그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 자유 행동이 가능합니다. [침대],[박스],[책상]을 살펴 볼 수 있지만 책상은 맨 나중에 확인 할 수 있습니다.
KP:이불도 베개도 없는 매트리스만이 존재하는 침대입니다.
리리도 자신처럼 추위를 타지 않게 된 걸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까 분명 리리는 날씨가 추우니 차를 타러 다녀오겠다고 했는걸요.
그러니 어쩌면… 그가 이 침대에서 잠을 거의 자지 않게 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
레녹스:(사용한 흔적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나요?)
KP:매트리스뿐인 휑한 침대를 잠깐 이곳저곳 살펴봅니다.
분명 잠을 잤다면 이 위는 리리의 털로 범벅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매트리스는 새것마냥 깨끗하기만 합니다.
레녹스:(다시 한번..현실 인지 판정을 해보겠습니다..)
KP:사용한 흔적이 없는 매트리스를 잠깐 훑으며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통 연결되는 생각이 하나도 없습니다.
환상이나 환각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한 감촉들인걸요.
꿈이랑은 다른,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
리리의 방은 마치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혹은 곧 어딘가로 훌쩍 떠날 예정인 사람의 방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박스 안에 담긴 물건들이 너무 많아 박스가 채 닫히지 못한 상태군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짐들의 꼭대기에 놓인 낯익은 물건 하나가 보이네요.
- 관찰 롤 굴려주세요.
몸을 더 기울인 순간, 짐 위로 아슬아슬 걸쳐져 있던 다른 물건이 아래로 툭 굴러떨어지고 맙니다.
당신은 황급히 그걸 염동력으로 받아 원래대로 돌려놓고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 이상 박스를 더 살펴보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
-
KP:책상에는 펼쳐진 노트 한 권과 볼펜만이 놓여 있습니다.
보아하니... 리리의 일기장인 것 같네요.
읽어볼까 말까 무수한 고민이 듭니다.
하지만… 이걸 읽으면 요 며칠간 이상했던 리리의 태도와 어제 리리가 울었던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죠.
당신의 염동력이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일처럼 일기장의 페이지를 넘깁니다.
KP:- 핸드아웃 [일기장]이 추가되었습니다.
- 핸드아웃 확인이 끝나시면 아무 롤플 한줄 혹은 온점 하나 찍어주세요.
KP:일기는 오후 5시의 것까지 적혀져 있고, 시계의 시침은 이제 오후 9시를 막 지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날이 오기까지 3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신은 이 상황을 깨달았습니다.
산치체크 해주세요.
...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흠칫 뒤를 돌자 당신과 눈을 마주쳤음에도 계속해서 문을 노크하는 리리가 보입니다.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리리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리리:죄송해요, 차가 다 식어버려서 맛이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산책이라도 하는 건 어때요? 곧 마지막이잖아요.
저, 레녹스씨가 만든 눈사람이 보고 싶어요.
같이 만들어 주실거죠? 레녹스씨.
KP:지독히도 차분하고 담담해서 마치 듣는 이를 울리려는듯한 목소리로, 리리가 고집을 부립니다.
...
KP:- 자유 롤플 허용합니다. 같이 눈사람들 만들면서 대화하는 방향입니다.
레녹스:(말없이 눈을 굴려 눈덩이를 만들다가, 리리를 부릅니다.) 리리.
리리:(잘 굴려지지 않아 삐뚤빼뚤한 눈덩이를 두고 고개를 살며시 올립니다.) 왜요?
레녹스:(잠시 고민하듯 리리가 만든 눈덩이를 바라봅니다.) ..그거 머리 만드는 거 맞지?
리리:...네. 좀만 더 굴리면 될 것 같아요. (라며 눈덩이를 한바퀴 더 굴리자, 옆면 한쪽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눈덩이를 계속 굴려나갑니다.)
레녹스:(몸통이 될 눈덩이를 비교적 둥근 모양으로 굴려 크기를 키웁니다.) 혼자 할 수 있겠어?
리리:(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눈덩이를 둥글게 하려 노력하지만, 울퉁불퉁한 표면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레녹스:그래. (대답하고 충분히 커진 눈덩이를 두고 잠시 기다립니다.)
리리:(조금 더 시간이 흘러, 결국 완전하지 않은 눈덩이를 들고와 레녹스가 만든 눈덩이 위에 얹습니다.) ...생각해보니 장식을 안들고 왔네요.
레녹스:좀 삐뚤어졌네. (완성된 눈사람을 보곤 조용하게 후후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꾸밀 것도 가져올까?
리리:(후후 웃는 당신의 목소리에도 그저 가만히 삐뚤어진 부분을 툭툭 눌러 다듬기만 합니다.) 제가 가져올게요 그러면.
(곧, 집안에서 몇가지 꾸밀거리들을 들고온 리리는 눈사람 옆 바닥에 그것들을 내려놓고 하나를 집어 눈사람 머리에 얹습니다.)
레녹스:(어설프게 만들어진 눈사람을 바라보며 리리가 소품들을 가져오길 기다리다가, 리리가 물건들을 가져오자 옆에서 같이 눈사람을 꾸밉니다.)
리리:(가져온 물건들을 전부 눈사람에게 붙여주고는, 몇발짝 떨어져서 감상하듯 쳐다봅니다. 저 눈사람은 해맑게 웃고있는데, 마치 저 눈사람이 감정을 다 빨아간것마냥 리리의 표정은 굳어있습니다.)
레녹스:(리리의 곁에서 완성된 눈사람을 바라봅니다. 말을 고르다가, 잠깐의 적막을 깨고 리리를 돌아보며 입을 엽니다.)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리리:...(침묵만을 이어나가며 눈사람에게 다가가 그새 삐뚤어진 장식을 바로잡습니다.)
레녹스:..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리리:...일기장. 읽으셨었잖아요. (당신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뚜렷하게 흔들리는 한쪽 앞발이, 그것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레녹스:리리. (조용히 다가가 떨리는 손에 자신의 손을 얹고, 이름을 부릅니다.)
KP:당신이 리리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그 때, 극심한 통증이 당신의 가슴께 위로 내려앉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당신은 그만 주저앉고 맙니다.
리리는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한 발짝씩 천천히 뒷걸음질을 칩니다.
놀랍게도 리리가 그럴수록 통증의 강도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 뼘, 한 보, 몇 미터. 점점 리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 통증의 원인이 리리라는 것을.
이 3일 동안 그와 가까워지고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통증이 심해졌다는 것을요.
리리:...이것 보세요, 그러니까 저를 잊겠다고 해주세요.
KP:거세지는 눈발 사이로 희미해져가는 리리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것 보라고, 모두를 위한 선택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고.
당신의 속을 후벼 파는듯한 그 목소리.
이젠 정말로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 날씨에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그와 멀어져야 하나요?
당신은 정말로, 리리에게서 솔직한 마음을 이끌어낼 수 없는 건가요?
KP:그 짧은 순간, 당신은 기어코 떠올렸습니다.
메모지에 쓰여 있던 대로 착실히 가방에 챙겨온 꽃다발을 아직 그에게 건네주지 못했다는 것을요.
가방에서 꽃다발을 꺼냈습니다.
노란색 금잔화는 여전히 생기를 띠고 있습니다.
리리에게 다가가다 통증 탓에 또 염동력이 풀려 쓰러져버렸지만, 당신은 몸을 일으켜 꽃다발을 건넵니다.
리리는 반사적으로 넘어진 당신에게 앞발을 내밀다가, 이내 허망하게 같이 주저앉고 맙니다.
KP:더 이상 리리는 그린 듯한 웃음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혼란과, 기쁨과, 약간의 절망과 온갖 감정이 뒤섞여 일그러진 얼굴.
리리:왜요? 왜 이걸 주세요? 레녹스씨는… 레녹스씨는 다시 살아나셔야 한단 말이에요... 그렇잖아요...
KP:어쩌면 리리는 조금 간절해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겨우 이별할 준비가 된 자신을 더는 흔들지 말라는 식으로 절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리리:그냥 잊어버려 주세요! 그러겠다 하고, 같이 돌아가 주세요!
그러면 살아갈 수 있어요... 레녹스씨의 삶에 제가 없어도 별 문제 없잖아요... 저도, 아마 그럴 거에요... 그렇죠?
그렇잖아요...?
KP:당신과 그를 감싸는 눈보라가 거세게 휘몰아칩니다.
사방에서 꼭 아이가 우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어떤가요. 당신은 정말로 그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나요?
또 이 순간 리리는 어떨까요.
당신이 정말로 자신을 잊어버리길 바라고 있을까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KP: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당신은 선택해야만 합니다.
이 눈보라가 그치기 전에, 그에게 어떤 대답을 건네주어야 좋은지.
- 자유롤플이 허용되며 타임리밋 1시간이 걸립니다. 이후 선택에 따라, 엔딩 분기가 결정됩니다.
- 선택을 하지 못한 채 1시간이 지날 시, 강제로 엔딩이 결정됩니다.
Pandaze:음..통증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인가요
KP:음ㅁ 감내한다면 정신력 판정으로 결정해볼게요.
하드 이상 난이도로요
레녹스: (극단성공값입니다)
(리리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KP:레녹스는 심장을 베어오는 고통을 감내하며, 리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리리는 그런 레녹스를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그러지 말아달라는 듯.
레녹스:리리. (입을 열자 통증에 끓어오르듯 올라오는 신음을 삼키면서,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고 리리의 얼굴을 감싸쥐고 이마를 마주댑니다.)
리리:(헛숨을 삼키며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얼굴 한쪽으로 한줄기 눈물이 도르륵 굴러 떨어집니다.) 이러지 말아주세요... 제발...제발요...
레녹스:(얼굴을 마주댄 상태에서 확인하듯 리리의 얼굴을 엄지 끝으로 더듬습니다. 그러다 끝에 닿은 눈물을 훔쳐주면서 힘겹게 한 마디 더 쥐어짜냅니다.) 괜찮아.
리리:(힘 풀린 앞발로 당신의 몸을 애써 밀어내려 해보지만 겨우 들썩거리기만 할 뿐입니다. 절망에 찬 서러운 울음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갑니다.) 아니에요...안괜찮잖아요...안돼요...계속 이러시면 레녹스씨가 죽고 말아요...안돼요... 제발요... 제바알...!
레녹스:(리리가 밀어내는 것도 아랑곳 않고 마주 댄 채로 있습니다.) 어떻게 널 잊을 수가 있겠어.
리리:그러면..그러면 다음에, 레녹스씨가 기억을 잃어도 제가 다시 찾아가면 되잖아요... 간단...간단한 문제잖아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표정에는,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숨길 수 없는 리리의 습관이 묻어있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의 그 습관이.)
레녹스:그럴 거라고 믿어. 그러니 지금은 잠시만 이렇게 있자. (거짓말을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믿는다고 대답하며 가만히 한 마디 덧붙입니다.) 리리.
리리:...정말이죠? ...그럼...그럼 잠시만이에요...잠시동안만...(밀어내던 손을 내려 얌전해집니다. 울음을 멈추지는 못했지만, 한층 사그라져 훌쩍거리기만 합니다.) ...네...
레녹스:고마워. (리리가 얌전해지자 길게 숨을 내쉬면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새어나오는 신음을 갈무리하고 다시 입을 엽니다.) 사랑해. 널 잊지 않을게.
리리:...네... 저도 감사해요... 잊지 않을거에요. 잊지않고... 반드시... 찾아가 드릴게요... (그저 가만히, 레녹스의 털결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뜹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제는... 이제는 떨어져 주셔야 해요.
레녹스:응. (대답하지만 미련이 남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채로) 꼭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거야.
리리:(리리 자신도 미련이 남은 듯 움직이지 않는 당신을 밀어내려다가, 1초라도 더 붙어있으려 가만히 떨리는 제 몸을 붙잡고만 있었습니다.)
KP:레녹스는 어떻게 하나요. 이대로 잊지 못할 리리를 껴안고 그대로 사그라드나요. 아니면 리리의 바램대로, 리리의 기억을 잃고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나요.
주변의 풍경이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세상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둘 모두가 이 세상과 함께 녹아내릴 터였습니다.
...혹은 그것을 바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리리, 말했잖아. 나는 널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결국 당신은 얼음조각처럼 날카로웠던 마음을 버리고 리리를 더욱 끌어안았습니다.
얼음으로 된 심장조차 리리를 외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당신을 차마 밀어내지도 못한 리리는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코끝에 금잔화의 향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KP:이내 그가 기댄 가슴팍이 축축해지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아,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눈과 얼음들이 녹고 있어요.
땅에서는 연녹색 새싹이 앞다투어 자라납니다.
떠오른 태양에 추웠던 풍경이 커튼을 걷어내듯 차츰 스러집니다.
다만 녹아내리는 것은 겨울의 풍경만이 아니었습니다.
KP:그의 품에서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자신의 몸.
리리는 지금 당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결국 영원한 겨울은 없었습니다.
다가오는 봄을, 당신은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습니다.
하긴 리리는 원래 그런 존재였지 않나요.
당신의 얼었던 심장을 마구 흔들고, 무너트려서, 끝내 완전히 녹게 만드는 햇살 같은…
KP:당신은 그런 그와의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갈 자신을 바라볼 리리가 너무나도 걱정스러웠겠죠.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이 녹아내립니다.
봄이 오려면 눈이 녹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름다운 스네구로치카 역시 녹아내리고 맙니다.
함께 있던 기억만큼 눈부신 꽃들이 피어나는 세상에서 누군가가 눈을 뜹니다.
리리입니다.
길었던 사흘의 겨울밤이 지나고 마침내 봄이 오는군요.
단 한 명의 빈자리에, 찬란한 오월의 아침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END2 - 스네구로치카, 찬란한 오월의 아침을 가져다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