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트는 커플 캐릭터인 '클러치'와 '리프나'가 진행한 [하늘에게 보내는 편지] 시나리오의 채팅 아카이브를 백업한 포스트 입니다. 때문에 해당 포스트엔 [하늘에게 보내는 편지] 시나리오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시나리오의 플레이를 예정중이신 분께는 열람을 권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해당 시나리오는 [닐스 야드 세 블록 앞에서 만나],[네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다녀 오고 난 후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개변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해당 백업본에는 [닐스 야드 세 블록 앞에서 만나],[네가 있다면] 시나리오의 스포일러 역시 포함되어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위쪽의 세션카드는 제가, 아래쪽의 세션카드는 리아냥이님 @Ria_Fox 이 만들었습니다.)
- 본래 시나리오와 다르게 개변이 전체적으로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이전에 러닝한 시나리오와 설정을 맞추고, 다음 시나리오까지 서사가 이어지는 점을 염두 하에 서사를 진행시키기 위해 이루어진 개변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스토리나 내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 닐스 야드 세 블록 앞에서 만나, 네가 있다면, 하늘에게 보내는 편지 총 3개의 시나리오를 3부작의 느낌으로 러닝했습니다.
각 시나리오의 엔딩을 본 후에 다음으로 갈 시날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했기에
시나리오를 플레이 하기 전, 특정 엔딩을 정해놓고 유도하여 플레이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 세션도중에 틀었든 브금들을 백업본에서도 들으며 볼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브금 링크를 추가했습니다!
클러치: (드디어 내가 미쳐서 자신에게 이런 장난질을 치는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자신은 엄청난 악필이었기에 이렇게 또박또박 글씨를 쓸 수 있을리도 없었고... 이렇게 노골적인 편지를 장난으로 보낼 수 있을만한 이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종이비행기는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클러치: (편지를 그냥 책상위에 흘려버리듯 내려둔다. 잔인하네. 볼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젠 목소리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무슨 수로...)
편지를 내버려둔 채, 클러치는 물 한 잔을 들이킵니다.
착각이겠지.
다시, 환각이겠지.
하지만, 차가운 물 한 잔과 함께 돌아온
맑은 정신인데도,
왜 종이비행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일까요?
클러치: ...(그저 의구심과 무기력함이 가득한 얼굴로, 그 종이비행기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종이비행기에 쓰인 글씨는,
마치 아직도 채 마르지 않은 것처럼
넘실대고 있습니다.
클러치, 지능 판정.
클러치:
INT Roll
Value:
80/40/16
Rolled:
11
Result:
Extreme
'어쩌면.'
클러치는 혹시나 모를,
망상과도 같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편지지, 였죠.
만나지 못할 이였지만,
못내 하지 못했던 작별인사를,
그 편지지에 해 보고 싶었다고.
책상 위에는 아직까지도,
리프나가 쓰던, 작은 펜이 꽂혀 있습니다.
클러치: (무심결에 든 생각, 어차피 1년이나 지났는데 미치지 않으면 이상한거겠지. 그냥... 이 장난을 친 놈이 낄낄 웃으며 만족하더라도 상관 없으니깐. 책상앞에 자리잡고는 먼지뭍은 리프나의 펜을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철자 하나라도 틀릴까봐 아주 천천히. 악필까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 조금 침착히. 기억할수록 몰려오는 두통은 이미 익숙한 일이니 냉정히. 자신이 하고싶었던, 했어야 했던 말을 그 편지지에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편지지에 적힌 내용은...)
"미안해."
......
클러치: (10분이나 걸린 내용은 그 3글자가 전부였다.)
갑자기, 클러치가 쓴 글자 아래에,
검은색 잉크가 떠오릅니다.
편지지: [누구에요?]
아무것도 없을 편지지인데.
잉크가 종이에서 떠올라, 글씨가 됩니다.
클러치: ...(환각이구나.
싱긋 웃어보았다. 어차피 지금 당장 풀린 환각같진 않으니깐. 이왕이면... 더 고통스럽더라도 한 번 빠져보는것도 괜찮겠지, 그 편을 원하기도 하고.)
"나야. 클러치."
편지지: [언니? 언니, 언니에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정말로, 언니에요?]
글씨는 소리 없이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놀란 듯이 보이는 상대방은, 무척이나 익숙한 글씨체로.
편지지: [제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더 써 주세요. 정말로....... 언니에요?]
클러치: "착각은 내가 하고 있는걸. 그럼 넌 리피겠지."
편지지: [맞아요, 저에요...... 저에요, 리프나. 정말, 정말로 언니에요? 나, 정말로 많이 편지 보냈는데. 정말로, 정말로 언니한테 편지 많이 보냈는데.......]
클러치: "온 건 하나뿐인데? 배달부가 느려 터졌네."
편지지: [배달부라니, 정말로 그런 게 있었을까요? 나, 이 곳에 왔을 때부터 계속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어요. 혹시나, 싶었거든요. 이 편지가 닿을까, 언젠가는 이렇게 끝없는 하늘의 끝을 넘어, 언니에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 저는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 있어요, 원 없이 날아볼 수 있지만.......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는걸요. ]
클러치: "이곳도 아무것도 없긴 매한가진데 뭐. 그나저나 이런 방식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니,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얘기같네-. 그치?" (글자에서 클러치가 불신할때의 그 특유의 티가 드러나오는것만 같았을지도.)
편지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 오늘도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니의 글씨가 떠올랐어요......]
클러치: "...그래...그렇겠지...그럼 나 이제 환각에서 좀 깨어나도 괜찮을까요 신님? 이런 장난질은 좀 질렸는데."
편지지: [환각이라뇨......? 무슨 소리에요? 정말로 나에요, 언니....... 나, 정말로....... 정말로....... 내가 쓸 수 있는 건, 글씨 뿐이라서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정말로 저에요, 리프나.......]
[ 언니에게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던 리프나에요, 언니의 꼬리를 맨날 물고 다니던 리프나에요....... 언니의 쇠사슬, 맨날 흔들던 저에요. 어떻게, 어떻게 증명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인걸....... ]
클러치: (점 가득히 올라오는 잉크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러면 넌 내가 진짜 클러치일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는데? 누가알아? 갈길가던 신이 편지를 주워다가 장난을 치고있을지."
편지지: [ 하지만...... 그러면....... 무척이나 슬프겠죠, 다시 언니랑 말할 수 있어서 기뻤는데, 그게...... 그게 언니가 아니라면 다시 며칠을 울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조금이라고 확률이 있다면 나, 얘기해보고 싶은걸요...... ]
[ 이 글씨가 언니의 글씨인 걸 알아요, 하지만 만약, 정말로 클러치 언니가 아니면, 신전...... 신전 근처 숲에 있는 집에 이 편지를 전해 줘요, 제발...... 나, 언니랑 이야기 하고 싶어요. 나...... 다시 한 번만. 한 마디라도 다시 말하고 싶어요....... ]
클러치: "그래...줄만한 증거는 없지만 난 진짜 클러치야. 그런데 이 모든게 진짜였어봤자. 이제 목소리조차 기억나지 않는 너를, 빡대가리인 나는... 이 대화를 어떻게 버텨야 해...? 뭘 어떻게..."
편지지: [ 나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언니의 목소리가 점점 기억나지 않아요.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들려오지 않아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
편지지 위쪽에, 무언가 투명한 액체가 방울집니다.
조금씩 썼던 글들이 번져버리는데도, 계속.
편지지: [ 언니, 나...... 나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
[ 분명, 분명 죽었을 텐데 왜 이런 곳에 이렇게 살아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
[ 나, 이렇게 언니랑 또 만났는걸. ]
클러치: "...넌 나때문에 죽었는데도, 그렇게나 내가 그리운거야? 이렇게 울기까지 하면서?" (적셔진 글자들 위에 티슈를 살며시 갖다 올려 물기를 꾹꾹 눌러줬다.)
편지지: [ 언니 때문이라니....... 아니에요, 나는 내 선택대로, 언니를 구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처음부터....... 처음부터 나는 내 목숨을, 존재를 담보로 계약했는걸요.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줘요. ]
[ 또 자기 때문에 제가 죽었다고 생각할까봐...... 무척이나 걱정했는데, 정말로 그랬어요? 그러지 말아요, 나...... 나 언니가 살아 줘서 너무 기쁜걸. 나, 언니가 더 많이 이쁜 걸 보고, 맛있는 걸 먹고, 더 행복한 일상을 보내줬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나도 잊었으니까, 나도...... 나도 잊었을 텐데, 왜....... ]
[ ......어떻게, 나를 기억하는 거에요? 얼마나 나를 그렸던 거에요? 나, 언니가 모든 걸 잊고 행복하길 바랬는데, 얼마나....... 얼마나...... ]
클러치: "이 바보야...나 클러치가 그딴놈들한테 기억조작이나 당할 놈으로 보여...? ...내 죗값은 내가 치뤄야 하니깐. 모든 기억을 되찾고. 악착같이 살아남았어.. ...너없이 행복하라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같아..?"
(마르지도 않은 검은 잉크 위로, 투명한 잉크가 두어방울 떨어졌다.)
편지지: [ 나...... 나, 언니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떻게 지냈나 얘기하고 싶어요, 근데...... 벌써 편지지에 더 이상 쓸 곳이 남지가 않았어요...... ]
[ 나...... 언니랑 다시 대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이 편지가 닿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나, 계속 편지 쓸게요. 다시 한 번만, 다시 한 번만..... 이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
편지지는, 둘의 글씨로 꽉 차 버렸습니다.
더 이상...... 글씨를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네요.
편지는, 평범히 바람에 흔들립니다.
클러치는, 편지를 어떻게 할 건가요?
소중히 품에 안을 건가요, 아니면......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버릴 것인가요?
클러치: ...(아직 축축함이 느껴지는 그 편지지를, 잠시 버릴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다음에도 이런일이 생긴다면. 이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이어나갈 자신이 들지 않았기에, 이게 착각인건가 하는 물증이라도 잡아놓겠다는 심정으로 품에 끌어안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편지지: [ 다행이에요, 이번에도....... 닿아 줘서...... 그 곳에 닿지 못할까 봐, 정말로 많이 편지를 썼어요. 다 세지 못 할 정도로....... ]
[ 정말 다행이에요, 나...... 다시 언니랑 이야기하고 있어서, 너무,...... ]
클러치: "...1년동안, 계속 편지만 보내며 살았던거야?"
편지지: [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많은, 아주 많은 편지지들하고 펜이, 하나 있을 뿐이에요. 드넓은 초원이 있고, 맑지만 조금 구름이 떠 다니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아무리 날아봐도, 아무리 뛰어봐도 계속 같은 풍경만 있어요...... ]
[ 잠도 오지 않고, 해도 지지 않아요.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아요.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편지를 쓰는 일 밖에 없는걸요. ]
클러치: "나한텐...네 편지 말고도 보너스가 하나 왔었어. 따라 죽으면 네 곁으로 갈 수 있다나 뭐라나... 개소리를 지껄여 놨더라고..."
"...난 어제 어떻게 이게 가능한건지 너무 궁금해서 도서관에 가봤었어. 예상대로 소득은 하나도 없었고...책이랑 나랑은 진짜 안맞는다니깐..."
편지지: [ 따라 죽는다니....... 그런 거 될 리가 없잖아요, 그러지 말아 줘요, 그럴 거죠.......? 언니, 나는 언니가 살아 있어서 너무나도 기뻐요. 절망 속에서도 버텨줘서 너무 기뻐요...... 죽지 말아 줘요...... ]
[ 거기다 이 곳은, 어떤 식으로 죽어도 올 것 같지 않은걸....... 죽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에요, 분명 있을 거에요....... ]
클러치: "...널 되찾아올 방법이 있을까? 되찾아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속죄할만한 길이 열릴수가 있을까...? 또 이 일은 그저 저번의 환각이었던 것처럼 되어버리진 않을까...?"
편지지: [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부터 정신을 차리니 이런 곳이었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에요. 난 그렇게 믿고 있어요, 우리....... 우리는 헤어졌어도, 이렇게 계속 다시 만나고 있잖아요. 이번에도, 그럴 거에요. 그러니까...... ]
[ 포기하지 말아 줘요. 나도 나대로, 열심히 노력해볼게요. ]
클러치: "...정말, 말이던 글이던 이렇게나 대화를 길게 해보는것도 오랜만이라...적응이 잘 안되네..."
"길이 있다면...반드시...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려와줄게... 리피야말로 절대 포기하지 말아줘...알겠지...?"
편지지: [ 그럴게요, 나....... ]
[ 무척이나 무거운 이야기만 했네요, 그렇죠? 편지지도 이제, 반도 안 남았는걸. 언니, 어떻게 지냈어요? 나, 언니가 무척이나 걱정됐는걸요....... ]
클러치: "난...비밀, 여기에 적기엔 너무 많은 얘기잖아? 나중에 만나면...전부 속삭여줄게. 그냥...너가 원하는 대로는 아니었지만. 재밌는 일도 있었어."
편지지: [ 하지만...... 언제 편지가 끊어질지 어떻게 알아요? 이게 마지막이면 어떡해요......? ]
[ 나는, 그렇지 않았으면 무척이나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매 편지가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나....... 더 이상 후회하기 싫은걸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을 때 전부 할래요. 그러니까...... 말해줘요. 나 없는 언니가 어떻게 지냈을지 너무 걱정되지만...... ]
[ 그래도...... 그래도 나, 언니가 너무 좋은걸요. 모든 순간이, 모든 털 한 가닥마다 이름을 붙일 정도로. ]
클러치: (보이진 않겠지만. 씁슬한 웃음을 지어보았다.)
"그건 그렇겠네. 리피가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지금 남은공간에는 내얘기를 조금 풀어볼까."
"끊겨버릴수도 있고, 유쾌한 얘기는 절대 아닐테지만... 내가 기억을 찾게되었을때의 이야기인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억이 하나도 없었던 내 앞에, 환상인 네가 나타났었어. 되찾은 기억이랑 똑같은 네가..나타나서. 잠시 일상을 돌려받았었어. 정말 잠시나마...행복했었는데..." (편지지엔 다시 축축한 물방울이 뭍기 시작했다.)
편지지: [ 울지 마요, 언니...... 나도 겨우, 참고 있는데....... 울지 마요, 나...... 지금은 같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나는 환상같은 게 아니에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만...... 우리가 겪어온 것들도, 그랬으니까....... ]
클러치: "울긴 누가울어? 이거 잠시 물마시려다가 쏟은거야." (라고 쓰인 글씨에도 물방울이 방울방울 번졌다.)
"나는...행복할 수 있는걸까? 내면의 나는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었다.)
"자격이건 뭐건간에, 네가 없으면 난 행복할수가 없을것만 같은데."
편지지: [ 우리, 꼭 다시 만나겠다고 했잖아요. 다시..... 다시 만나려고 노력하자고 했잖아요. 울지 마요...... 나, 나도...... 나도 만나고 싶어요, 언니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언니의 얼굴을 만지며 웃고 싶어요...... 그 쇠사슬 냄새가 맡고 싶어요, 짤랑이는 소리와, 이제는 잃어버린 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요....... ]
투둑, 툭.
종이에서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글씨는 번져갑니다.
편지지: [ 행복해져요, 언니. 나도, 나도 그럴테니까......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고, 헤어져도...... 다시 함께일 거라는 걸 알아요. ]
[ 나, 어디에 있어도 언니가 보이는 것 같아요. 언니와 이어져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
[ 꼭, 찾아와 줘요. 알겠죠? ]
[ 벌써...... 편지지가 다시 꽉 차버렸네요. 내일도, 모레도...... 다시 편지가 가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만약, 다음의 네 편지에서 잉크가 머금어질 때, 이 편지의 내용이 나온다면, 그 땐 기적이 이뤄졌다는 걸까? 아니면...기적의 씨앗이 된다는 뜻일까?
...지난밤에 우린 어째서, 이런 불행을 겪어야만 했나 생각해봤어, 내가 저지른 죄들의 복수를 받고있다는 생각이 제일 압도적이었지만... 솔직히 좀 너무하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내 불행이 네 불행으로 이어졌고, 네 행복이 내 행복이 되었는데...
...좀 얼척없는 얘기겠지만 그 신놈들은 사실 모쏠이 아닌걸까? 그도 그렇잖아? 우리같은 커플만 주구장창 괴롭혀대고...좀 신이 아니라 찌질이 같잖아? ...아, 웃느라 글씨가 조금 뭉게져버렸네 미안...
아무튼... 난 반드시...널 내 곁으로 데려오고, 우리 둘의 자서전에는 해피엔딩이 적힐수 있도록 할거야. 반드시.
...서로의 자서전에 서로의 이야기를 적어주는거야. 괜찮겠지? 그러니깐... 기다려줘. 반드시 널 다시...데려와줄게...반드시...]
리프나: (당신의 품에 고개를 박고 숨을 헐떡입니다.) 언니, 언니....... 정말로 언니 맞아요? 클러치 언니, 나....... 나 쓰다듬으러 와 준 거에요? 나, 다시...... 다시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나...... 나....... (이윽고 훌쩍이기 시작합니다.)
클러치: (앞발로 머리며 등까지 1년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촉을 쉴 새 없이 쓰다듬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는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찾으러..왔어...어떻게 된건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약속은 지켰어.
...울지마...그거 전염된다니까...
(표정은 분명히 웃고있지만, 점점 눈물이 그렁그렁 맴돌기 시작했다.)
리프나: (울지 말라는 당신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펑펑 울기 시작합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당신의 목을 꼬옥 잡고, 꼬리로는 당신의 몸을 꼬옥 붙잡습니다.) 언니, 언니....... 나, 생각났어요....... 언니가 안아줄 때 나는 두근거림이 생각났어요, 언니가 속삭일 때 간지러웠던 것이 생각났어요, 언니가 울먹일 때 내는 숨소리가 생각났어요, 언니...... 나....... 나 이제 언니가 없다면 더 이상 살 수가 없는걸요, 한 순간...... 한 순간이 모두가 행복해요, 이 순간도 너무 행복해요, 잊고 싶지 않아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안고 있게 해 줘요, 나....... 나 정말, 정말로 보고 싶었어요, 언니....... 언니, 사랑해요,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언니.......
클러치: (눈물을 떨어트리지 않으려 고개로 하늘을 잠깐 치켜들었지만, 당신의 얼굴이 보고싶어 결국 다시 고개를 내릴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당신에게 톡톡 떨어졌다.)
나도...이제 전부...기억났어... 풀향기... 자다 깨어나서 칭얼거리던 잠긴 목소리... 내가 끌어올때마다... 살짝은 날카로워지던 네 목소리.. 나도 너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 수 없어... 더는...더는 이보단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대로...그냥...아냐 더는 말을 못하겠어...그냥...
(당신의 머리 위에 머리를 맞대더니 오열하듯 울기 시작합니다.)
리프나: (한참을 울었을까요, 한참을 칭얼댔을까요. 헐떡이며 올려다본 당신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꿈에 그리던 그 얼굴이었을까요. 조금은 여위었지만, 기억하는 그대로.) 어떻게...... 온 거에요? 설마, 설마....... 죽어서 온 건 아니죠, 그렇죠? 나, 언니가 너무 보고싶었지만, 언니를...... 죽여야 한다면 차라리, 안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클러치: (눈물자국으로 눌린 털을 슥슥 비비고는)
아니...아냐... 그냥...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날렸고... 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이곳에 와있었어...
...아니면 그게 죽은...건가...? (잠시 제 몸을 더듬어 보았다.)
리프나: 다행이에요, 나....... 언니를 보자마자, 갑자기 덜컥 하고 겁 나는 거 있죠...... 설마, 나쁜 마음을 먹고 오지는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을까...... (품에 머리를 닳을 것 같이 부비고서는, 품 안에서 숨을 깊이 들이쉽니다.) 언니 냄새, 쇠사슬 냄새...... 아...... 너무, 너무 행복해요, 나....... 나 이대로 또 죽어도 될 것 같아...... (농담조로, 아직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 눈으로 말했을까요.)
클러치: ...1년만에 만나는 애인 앞에서 한다는 말이 그런말이야? (앞발로 이마에 꿀밤을 한대 놓았다. 물론 그도 잠시, 마찬가지로 물기가 머금은 눈으로 빤히 눈을 마주했다.)
리프나: 그러면 뭐 어때요, 나...... 이제 안 놔줄 건데. 이제 다시는 안 놓을 건데요. 아냐, 놓아도...... 놓았어도 다시 잡을 거에요, 절대 우리는 아무도 갈라놓을 수 없어요. 이렇게, 죽고 나서도....... 다시 만났는걸........ (다시 품에 고개를 부빕니다. 잔뜩 헝클어진 털이 신경쓰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날개의 꽃은 만발하여 기분 좋은 꽃 향기가 났고, 더 푸르를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도는 잎사귀들은 무척이나 촉촉했습니다.)
클러치: (꿈인것만 같지만, 꿈같지 않은 향기의 촉촉한 감각에 푸흡 웃음을 터트린다. 이렇게 웃어본적도...정말 오랜만의 일이었겠지. 당신이 품에 몸을 부벼올때마다 클러치의 사슬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기분좋게 흘러들어왔다.)
당연하지...누가 뭔데 우릴 갈라놓아... 이정도까지 했으면, 이제는 해피엔딩만이 남아있어야지...
(문득, 1년간 묻혀져있던 기억 하나가 솟아오른 듯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며.)...피자, 아직도 먹고싶지?
리프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인애플 피자...... 맛있었을까요. 그 때, 먹지 못했던 그 피자.......) .......먹고 싶어요, 다시는......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언니랑 같이는 다시.......
.......우리, 나가요.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요......
(당신이 보낸 편지를 다시 줍습니다.) 언니가 보낸 이 편지로 언니가 이 곳에 왔다면....... 반대로 우리가, 언니가 있던 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클러치: ...그런걸까...?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리프나가 집어든 편지를 가져와 다시 종이비행기로 접어봅니다.)